네트워크 엔지니어 6개월 회고
안녕하세요.
제가 네트워크 엔지니어로 일한 지 6개월이 지나감에 따라, 25년 상반기를 회고해보고자 합니다.
1~2월, 입사 및 교육
1월 6일, 엔지니어로써의 첫 커리어를 시작할 회사로 출근했습니다.
네트워크 업계에서 굳건한 1위 자리를 지키는 Cisco 사의 골드파트너 사에서 온프레미스 네트워킹 경험을 쌓고자 지원했습니다.
규모도 어느 정도 있고, 프로젝트 수행 실적도 탄탄한 회사라 엔지니어로써 좋은 밑거름이 되겠다 판단했었습니다.
약 7주 동안 엔지니어 실무 기초 교육을 받고 일주일 간 각 부서에서 인턴사원으로 근무하는 2개월의 인턴과정을 거친 후 정규직으로 전환되었습니다.
17명의 신입사원 동기 중 엔지니어는 7명인데, 저를 제외한 모두 6개월 간 국비 지원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었습니다. 명령어라고는 ip route 밖에 모르는 상태로 따라가려니 더 많은 연습과 공부가 필요하므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Cisco 사의 가상 네트워크 시뮬레이터 프로그램인 CML을 노트북에 세팅했습니다.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얻게 된 지식들이 많습니다.(포트포워딩, GRUB 부트로더 리눅스 세팅 등)
개인용 플랜으로 1년에 에 14만 원의 가격에 구매했지만 교육받는 2개월 동안만 해도 충분히 제 값을 해냈습니다.
특히나 엔지니어 교육은 퀄리티가 매우 좋아서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다른 교육들은 가상 장비로 복습해 볼 수 있지만, 무선네트워크는 그럴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노력에 응답하듯 신입사원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았습니다. 그렇다 해도 실력이 뛰어나다거나 한 것이 아니라 배움과 일에 대한 태도로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나 싶습니다.
3월, 현장 근무 및 사내 프로세스 익히기
정규직 전환 후 부서에 배치되면서는 배워야 할 게 너무 많았습니다. 특히나 하나의 프로젝트 뒤에서 이뤄지는 수많은 과정과 서류 작업들의 프로세스, 사내의 업무 진행 프로세스 등을 익혀야 했습니다. 배운 내용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메모하는 습관을 가졌습니다. 배울 때는 흐름을 놓치지 않게 빠르고 대략적인 내용을, 그리고 나중에는 메모한 내용을 바탕으로 상황과 의도, 예시등을 자세히 기록하며 업무에 익숙해졌습니다.
또 필드도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블루칼라 적인 일을 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기억에 쉽게 남는 게 또 없습니다.
케이블 라벨링을 하며 회선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어쩌다 이 장비가 들어가게 되었는지를 궁금해하며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도 높일뿐더러 빨리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인드를 달리하니 또 다른 관점으로 일을 볼 수 있게 된 경험이었습니다.
4월, 본격 업무 투입
4월부터는 제가 메인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투입되었습니다. 모 지하철의 차량 기지를 이전하며 해당 차량기지의 LAN을 구축하는 사업입니다. 중앙의 관제센터와 각 역사들, 그리고 차량기지의 네트워크를 모두 연동해야 하므로 하루에도 몇십 킬로씩 지하철로 이동했습니다.
종점과 종점 간의 광 회선을 구성하면서 현장에서 바로바로 대응할 필요도 있었습니다. 가령 광케이블이 포설된 심선도와 실제 광분배함에 접속된 정보가 다르거나, 뜬금없이 다른 망의 회선이 제가 사용해야 할 회선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런 상황은 고객도 자신의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많으므로, 현장을 눈으로 본 엔지니어가 먼저 이해해야 고객에게 명확하게 설명을 할 수 있습니다.
일은 일이고, 개인학습도 꾸준히 해야 했습니다. 온프레미스만 하니 클라우드 내용은 점점 까먹었고, 클라우드로 해볼 만한 것을 찾아보다 학교 선배가 알려준 resume template으로 resume 웹사이트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Next.js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S3와 CloudFront, ACM, Route 53, Code Build, Code Pipeline을 사용해 커밋 후 레포지터리에 푸시하면 aws cli로 s3에 새로운 정적 콘텐츠가 업로드되고, 해당 내용으로 CloudFront 캐시 무효화를 생성해 수정사항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resume를 만들었습니다. resume.junoshon.site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5월, 문제 해결의 연속
5월의 대부분은 외근으로 고객사에 출장을 나갔습니다. 5월 한 달간 출장 간 고객사만 해도 아래와 같습니다.
신촌, 서대문, 남양주, 청라, 과천, 오송, 임실, 여주, 논산, 청주, 목포, 무안, 부산, 시흥
저 스스로가 생각하는 엔지니어는 "안 되는 걸 되게 하는 사람"입니다. 이 상황에서 달성해야 할 목표를 생각하고,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 중 여러 요소들을 선택해 실행해야 했습니다. 그 요소들은 바로 공수가 덜 하며, 추후 변경 가능성이 적으며, 고객이 만족하는 방법이냐, 입니다.
한 예시로, 모 마트의 네트워크 장비를 교체하는 작업에서의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전산 장비 담당자가 없으니 만큼 장비는 관리되고 있지 않았고 IP 정보 및 포트와 스위치 라벨링, 심지어는 스위치의 계정정보조차도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비밀번호 복구를 하려면 장비를 재부팅해야 하는데, 이전에 작업한 누군가가 장비에 설정만 넣고 저장을 안 했을 수도 있으니 장비를 껐다가 기존 컨피그를 영영 못 보게 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택한 방법은 유추하기였습니다. arp 테이블에서 학습된 MAC과 IP를 기반으로 포스 기와 연결되어 있는 케이블을 찾고, VLAN의 IP 대역을 추측해야 했습니다. 해당 마트의 다른 지점은 서브넷 마스크로 /24를 사용하며 IP 세 번째 옥텟의 숫자로 VLAN을 사용하고 있었어서, 동일하게 설정 후 신규스위치에 포스 기를 연결하니 정상 동작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고객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장비는 포스 기이므로, 포스기로 가는 케이블에는 모두 라벨링을 해주고 한쪽으로 몰아두어 담당자에게 장애 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전달했습니다.
이 외에도 고객들의 질문을 모아보면 대부분은 장애 시 선제적으로 조치할 수 있는 방법, 현재 우리 네트워크의 구성 방법 등이었습니다. 다음에 프로젝트를 맡게 된다면 제일 먼저 구성도를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될 것 같습니다.
6월, 킵 고잉
네트워크 엔지니어로 일한 지 6개월에 접어든 지금, 일은 고되지만 마음은 편합니다.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 하고 싶은 게 있다는 점, 그걸 위해 필요한 경험들을 지금 하고 있다는 점이 바로 그렇습니다.
엔지니어로써 가장 필요한 건 누가 뭐래도 꾸준한 학습입니다. L2/L3 만 하는 지금, 나의 역량을 확대하려면 스스로가 배우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 개인적으로 장비를 구매하거나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찾아 이것저것 해보고 있습니다.
마치며
4월 중에 네트워크 스터디 카페에서 인상 깊게 본 업계 선배님께 궁금한 것을 여쭤보고 답변을 받은 메일입니다. 감사하게도 일면식도 없는 업계 후배에게 진솔한 답변과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하반기에는 더 열심히, 더 성실해져서 지금보다 더 좋은 엔지니어가 되길 바라며 글을 줄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